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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백업/캐릭터 스토리

[미카엘]

스토리 읽는 순서:

 

시설 이벤트 북쪽에서 온 여신의 사도

-> 시설 이벤트 악마가 초대하는 거짓된 낙원

-> 레이드 이벤트 세이크리드 로스트 전편

-> 레이드 이벤트 세이크리드 로스트 후편

-> 캐릭터 스토리 바스

-> 디아보로스 봉멸전 퀘스트 스토리 망설임에 젖은 타천사

-> 드래곤 스토리 미카엘


끝없는 날개에 이끌려 전편


그 천사를 처음 본 것은 고향을 태우는 불길 속에서였다.

어린 나는 저 거대한 날개 그림자야말로 내 고향을 뻬앗은 원수로 정하고 복수를 하기 위해 놈을 쫓았다.


죽기살기로 뛰어다닌지 5년.

드디어 놈을 몰아붙인 나는, 「범죄자」라고 천사를 욕했다.

뭐라고 대답하든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


……버스라고 했나.

네 말이 진실이라면 속사정이야 어떻든 나는 가해자요, 너는 그 피해자네.


놈은 참뜻을 알 수 없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묘한 위화감을 느껴, 무슨 일이냐고 따졌다.

그러자 천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선량한 인간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라고.


사도와 함께 작전을 수행했다 생각했더니, 그런 작전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알아버렸고

사도의 독단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라고 놈이 담담하게 말했다.


"..........." 

녀석의 말이 진실이라는 증거는 없어.

그러나 공범이 한 명 더 남아 있는 상태에서 놈만 먼저 처리하는 것은 신중한 행동은 아니지.


"네 말이 사실이라면, 또 한 사람의 가해자인 진익(陣翼)의 사도가 진실을 말하도록 나와 협력하라."

고 머뭇거린 끝에 요청했다.

놈은 대뜸 이를 승낙했다.


"좋아.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속죄를 할게."

천사는 의미심장한 말을 중얼거리더니, 군말 없이 나의 거처까지 따라왔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천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역시, 믿어서는 안 되었나."

표적에게 내 계획을 들킬 순 없다.

나는 거처를 뛰쳐 나와, 놈을 찾으러 달리다가--


"……!" 

겨우 도착한 골목에서 치명상을 입은 진익의 사도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늦었네. 이 자는 사욕 때문에 마을을 태워버린 것이라 인정했어. 그래서 이리 했어."

쓰러진 사도 옆에는 천사가 있다.

미카엘이 사도를 공격한 것이다.


말했지? 속죄한다고, 라고.

아연실색하는 나에게, 천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끝없는 날개에 이끌려 후편


고향을 불태운 범인을 찾던 중 발견한 천사는 지독히 괴상한 놈이었다.

속아서 죄를 지었다고 고백한 천사에게 협력을 요청하자 놈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놈은 독단적으로 행동해, 악행을 인정한 사도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그리고 스스로도 기운을 잃고 고꾸라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혼란스러워하는 나에게, 쓰러진 천사가 속삭였다.

천사와 사도는 일심동체.

사도가 죽으면서 성흔으로 이어진 천사에게도 죽음이 오리라고.

"곧 네 고향을 태운 놈은 다 없어질 거야. 네 복수는 이루어진 거야. 좋지?"

그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너희들, 공모했었냐?"

며 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사도가 입을 열었다.

추악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히죽히죽 바라보았다.

"멍청한 놈…… 날 죽여봤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그 마을의 습격은 나의 독단이 아니라 교회 상층부의 명령."

 

"네놈들의 복수는 의미 없어. 스스로의 무력함을 한탄해."

그것이 진익의 사도의 유언이 되었다.

그리고 나의 혼란은 더욱 깊어졌다.

겨우 몰아붙인 원수는 내가 손대기도 전에 죽고.

진범을 힐끗 보긴 했지만 거기에 도달할 길은 아무데도 없다. 

 

교회 윗선은 보통 사람이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놈의 말대로 복수가 좌절된다면, 내가 해 온 일은 의미 없었단 말인가?
"...빌어먹을. 난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아..." 

나는 갈 곳 없는 분노를 움켜쥐고 낮게 신음했다.

그런 나를 바라보면서 천사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나는, 너에게 선택지를 줄게."

천사는 조용히 입을 열어, 이야기를 이었다.

 

"나는 이 목숨을 걸고 네게 속죄를 할 테니.. 선택해주길 바래…… 이대로 나를 죽게 내버려둘래? 아니면 미운 천사의 손을 잡고라도 복수를 계속할래?"

……왜냐하면 나에게는, 천사와 성흔을 맺어 사도가 될 적합성이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천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천사를 살리기야 하겠지만 사도로서 승승장구하면 교회 윗선과의 접촉도 막연한 꿈은 아니다.……

그 때 나에게는 놈과 성흔을 맺는 길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녀석도 알고 있었겠지.

그럼 놈은 처음부터 나를 다음 사도로 삼아 살아남을 생각이었던 것일까?

이용당한 것 같은 상황에, 내 안에서 의심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천사에게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속죄의 마음은 진심일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당황한 채 나는 천사에게 따진다.


"모르겠어. 네 목적이 뭐야? 도대체 무엇이 너를 그렇게까지 동하게 한 거야?"

천사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네 격정에 홀린 거야. 너무나도 한결같은 증오의 업화에.
교회는 기만으로 가득 차 있어.

성흔을 맺은 사도조차 사리사욕을 위해 일구이언으로 남을 배신해.

하지만 너의 증오에 거짓은 없어.

뼈아픈 진실밖에 없지. "

 

"그러니 난 널 인도하고 싶어.

그 격정의 끝까지 지켜볼게.

그렇게 하면 나의 속죄는 완성되는 거야."

 

천사의 목소리는 무섭도록 잔잔해졌다.

그제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난 이 놈의 진심을 전혀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복수로 이어진 미친 사이에겐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성이 제격이니.

"……좋아. 그렇다면 내 복수의 길잡이가 되어 내가 나아갈 길을 보여줘."

내가 손을 내밀자 죽어가던 천사는 미소지었다.


"물론이야. 자, 그럼 갈까. 네가 언젠가 떨어질 지옥까지, 함께……"

이렇게 해서 나는, 성흔을 맺어--천사 미카엘의 사도가 되었다.